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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좀의 6원리를 통해 본 가변적 아이덴티티 디자인 I







리좀의 6원리를 통해 본 가변적 아이덴티티 디자인 I




1. 서론


1-1. 연구배경과 목적


최근 시각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형식은 전통적 범주를 벗어나 급진적으로 변화, 개편되는 양상을 보인다. 

메시지의 일방적 전달을 통해 획일적 시각 이미지를 수용자에게 각인시키고, 아이덴티티의 인지도를 높이는 전통적 전략과 상반되는 방법으로 매체의 변화를 수용하고 사회문화적 환경을 투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동질성 혹은 통일성에 기반을 둔 사고체계가 폭발하는 정보의 양과 이를 다루는 방법의 변화에 의해 개별자의 특이성과 정보를 서로 연결하는 관계망에 기반을 두는방식으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목적으로 한 획일적 사회 시스템은 쉽고 편리한 프로세스와 일정하고 균일한 결과를 만들어 왔지만, 다양한 정보의 수렴과 확산은 복잡한 과정과 체계를 중시하는 태도가 더 다양한 대안과 창의적인 결과를 얻게 한다는 믿음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일관된 통일 속에서 하나의 조화를 추구하던 미적 감수성도 질적 다수의 공존을 중시하는 감수성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연구는 전통적 시각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가변성을 획득하는 과정에 어떤 인식론적 사고의 전환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형이상학적 근거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디자인과 시각 문화의 변화에 깔린 사고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시도이다. 

형이상학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점선으로 그리는일이고, 과학은 형이상학이 그려놓은 점선을 좇아 실선으로 만드는 일이다. 같은 이유로 디자인은 예술이 그려 놓은 점선을 좇아 실선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술, 예술, 철학이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대의 다중심적 시각문화 환경을 고려할 때, 디자인은 형이상학, 예술, 과학적 진보와 더불어 한발 앞서 사회문화적 현상을 이끄는 선구적 실천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현대사회에서 목격되는 디자인의 다양한 이종교배적 현상을 어떻게바라보고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는 현재 우리가 처한 시각문화 환경을 진단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환경과 그 여정을 예측하기 위해서, 또한 늘 현재적 맥락으로부터 한 치도 떨어질 수 없는 디자인의 태생적 속성을 고려할 때 매우 의미 있는 연구이다.




1-2. 연구문제


20세기 중반 이후 철학적 사유에서 들뢰즈의 영향은 미술, 영화, 문학, 음악, 건축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되어 있지 않지만, 시각디자인 분야에서도 그의 사유의 영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아이덴티티 디자인 분야에서 가변성에 대한 인식과 활용은 들뢰즈의 철학적 사유가 미디어 진화 환경에서 디자인 형식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첫째, 들뢰즈의 ‘리좀적 작동 방식’이 소위 ‘가변적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어떤 특징으로 드러나는지를 분석하여 그 공통분모를 찾고 이를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명하고자 한다. 

둘째, 이를 토대로 가변적 아이덴티티 디자인에 깔린 가치가 우리를 지배하는 커다란 인식론과 어떻게 서로 관련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셋째, 가변적 아이덴티티 디자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소 추상적인 ‘유연성’1)과 ‘다양성’2)이라는 속성의 근원을 규명함으로써 형식적 유행을 맹목적으로 좇는 것이 디자인 행위의 본질적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고, 디자인이 의미의 시각 언어적 재현의 다양한 층위의 표현이라는 것을 논하고자 한다.




1-3. 연구방법과 대상


앞서 개진한 것처럼 이 연구는 최근 시각 아이덴티티 디자인에서 목격되는 다양한 방법과 결과가 과거 디자인 생산자가 제공하는 획일적 이미지를 디자인 소비자의 지각 경험에 일방적으로 각인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변화와 해석의 가능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이러한 현상적 측면을 선형적이고 수직적인 모더니티의 한계에서 벗어나 비선형적이고 수평적인 사고를 지향하고자 했던 들뢰즈의 철학적 논의 중 ‘리좀’이라는 개념을 차용하여 그가 언급한 ‘6원리’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취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들뢰즈의 원문으로부터 ‘6원리’를 가져와 각 사례에 대한 들뢰즈의 철학적 설명을 명시하고, 이것이 각 사례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를 개념적으로 또 형식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분석 대상으로 크게 3가지 대표적 가변적 시각 아이덴티티 디자인 사례를 선정했는데, 열린 플랫폼 형식(캐나다의 예술학교 OCAD), 이야기 참여형식(구글 두들(Google Doodle), 모듈러 시스템 형식(MIT Media Lab)이 그것이다.

이 3가지를 사례로 선정한 이유는 캐나다의 OCAD의 경우 예술 학교의 전공분포와 성향을 구성원의 참여로 다양하게 유도한 측면이 두드러지는 사례이고,구글 두들의 경우 즉각적이고 다양한 디자인 소비자의 피드백이 디자인 생산자의 판단에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온라인 서비스 사업의 특수성 때문에 취한 방법의 특별함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MIT 미디어 랩의 경우 실험적이고 융합적인 조직의 성격이 미래지향적인 방식으로 시각 아이덴티티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자는 들뢰즈의‘리좀’ 개념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유연성’과 ‘다양성’에 두고 이 두 가지 분모가 공통으로 발견되는 위 3가지 사례를 대상으로 어떻게 인식론적 논의가 창의성을 중시하는 디자인의 방법론과 그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정성적인 방법으로 해석하고자 한다.